[손영필의 골프칼럼] 비 오는 날에 맞는 골프 준비와 플레이

▲사진은 2018년 9월 KLPGA 투어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서 동반 경기한 박성현과 이정은6, 이소영이 빗속에 플레이하는 모습이다. 사진=골프한국

이제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면 비를 더 많이 만나게 될 것입니다.

잔디에게도 사람에게도 작물에게도 다 좋은 단비라도, 클럽을 들고 서 있는 골퍼에게는 참으로 쉽지않은 손님입니다.

페어웨이는 평평해 보이지만 실제로 걸어보면 곳곳이 움푹 파여있는 곳이 있고,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낮거나 잔디가 자라지 못하여 상대적으로 물이 잘 고이는 곳 등 아무리 배수가 잘되는 페어웨이라고 하더라도 아직 배수되지 못한 빗물이 고여있는 곳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렇게 고인 물에 놓여진 볼을 그대로 치다가 물에 의한 마찰력이 클럽헤드를 강하게 잡아끌면서 손목에 부상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물에다 대고 나무막대기를 내려치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공기중에서 강하게 휘둘러지던 막대기가 수면을 만나면서 강하게 마찰하고 이 마찰은 강한 압력으로 손목을 압박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비 오는 날씨에서의 페어웨이는 이처럼 특별한 특성을 갖기 때문에 그에 특성에 맞는 준비와 스윙이 필요합니다.

골프장은 그 설계부터 시공까지의 단계에서 배수에 아주 많은 신경을 써서 공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경사를 지닐 수 밖에 없는 것이죠.

페어웨이가 평평해 보이지만 실제로 페어웨이를 걸어보면 언듈레이션이 상당합니다. 경사지에서는 잔디에 묻은 물기 때문에 평소보다 상당히 미끄럽습니다. 또 잔디가 촘촘할수록 잎에 묻은 물기 때문에 더욱더 미끄러워지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비 오는 날에 골프를 할 때에는 골프화도 미끄럼방지 기능이 있는 골프화를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에는 운동화처럼 발이 편하게 설계되어 나오는 골프화가 많은데 이러한 골프화는 물기 있는 잔디에서는 미끄럼이 심해지기 때문에 특별히 경사지를 지날 때 조심해야 합니다.

비에 젖은 페어웨이는 소프트해집니다. 한마디로 푹신해지는 것이죠.

이는 잔디의 뿌리층이 있는 부분이 물에 불어서 푹신해지는 것도 있고, 페어웨이 자체가 물기를 머금어 부드러워지는 것도 있습니다.

이렇게 푹신한 페어웨이에서는 특히 더프샷을 조심해야 합니다. 평소에는 잔디의 탄성 때문에 약간 볼의 뒤쪽을 치더라도 잔디를 쓸고 나가면서 볼을 임팩트했지만, 페어웨이가 젖어 있으면 뒤땅이 만들어졌을 때 그대로 클럽헤드가 잔디에 박히게 되면서 볼이 바로 앞에 톡 떨어져 버리게 됩니다.

평소에 잔디를 쓸어치던 습관이 있는 골퍼는 뒤땅을 치면서 잔디를 푹 파는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비 오는 날에는 깔끔하게 볼만 걷어내는 간결한 스윙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윙의 크기도 줄이고 템포도 줄이면 조금 더 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비 오는 날에는 잔디의 저항이 강해져서 비거리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조금 짧게 떨어집니다. 그러니까 평소보다 거리를 더 보는 것이 유리하겠죠.

비 오는 날에는 그립과 장갑도 젖게 됩니다.

수건을 준비해서 그립부분의 물기를 닦은 다음에 샷에 들어가는 것이 좋고 장갑도 여분의 장갑을 마련하여 젖으면 교체하세요.

비에 젖은 잔디는 저항이 세지기 때문에 그립을 조금 강하게 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만약 볼이 고인 물에 들어가게 되면 그냥 있는 그대로 진행하지말고 구제 처리를 하세요.

이렇게 해저드가 아닌 곳에 물이 고이게 되면 이러한 장소를 일시적으로 고인 물(Temporary Water)로 정의하고, 이러한 곳에 볼이 정지하면 무벌타 구제 처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골프룰 용어의 정의에서는 일시적으로 고인 물(Temporary Water)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 일시적으로 고인 물 Temporary Water >

지표면에 일시적으로 고인 물(예, 비 온 뒤 생긴 물웅덩이 및 수역에서 흘러 넘친 물)로써, 페널티구역에 있는 물을 제외하고 프레이어가 스탠스를 취하기 전과 후에 볼 수 있는 물을 말한다.

지면이 단지 축축하거나 질퍽거리거나 무른 상태이거나 플레이어가 지면에 섰을 때만 잠시 물이 보이는 정도로는 일시적으로 고인 물이라고 할 수 없다. 스탠스를 취하기 전과 후 모두 고인 물이 보이는 상태라야 일시적으로 고인 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슬과 서리는 일시적으로 고인 물이 아니다.

눈과 천연얼음은 루스임페디먼트이며, 지면에 있는 경우에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일시적으로 고인 물로 간주될 수 이다.

인공의 얼음은 장해물이다.

즉, 일시적으로 고인 물은 비정상적인 코스 상태의 하나인데, 코스의 영역 중에서 페널티구역을 제외하고 일반구역, 티잉구역, 벙커, 퍼팅그린 등에 있는 일시적으로 고인 물을 의미하는 것이죠. 단, 겨울에는 눈과 천연얼음도 물의 범주에 포함함으로써 지면에 있을 경우에는 일시적으로 고인 물로 보는 것이죠.

구제 처리 방법은 장소별로 차이가 있습니다.

1. 일반구역에서는 홀에 가깝지 않으면서 일시적으로 고인 물을 완전히 피할 수 있는 곳 중에서 볼에서 가장 가까운 완전한 구제지점(nearest point of complete point)을 기준점으로 정합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한 클럽 길이 이내의 구역 안에 드롭함으로써 무벌타 구제를 진행합니다.

2. 벙커 안에서는 일반구역에서와 동일한 방법으로 구제처리를 할 수 있지만, 가장 가까운 완전한 구제지점이 반드시 그 벙커 안에 있어야 합니다.

벙커 안에 가장 가까운 완전한 구제지점이 없으면 벙커 안에서 최대한의 구제지점을 기준점으로 사용하여 페널티 없는 구제를 받을 수도 있고, 1벌타를 받고 홀과 볼을 연결한 볼의 후방 연장선상의 벙커 밖에 기준점을 정하고(그 지점을 표시하여야 함) 그 기준점으로부터 홀에 가깝지않게 1클럽 길이 이내의 구역에 드롭할 수 있습니다.

3. 퍼팅그린 위에서는 홀에 가깝지 않은 가장 가까운 완전한 구제지점에 원래의 볼이나 다른 볼을 플레이스함으로써 벌없이 구제받을 수 있는데, 이때 가장 가까운 완전한 구제지점은 퍼팅그린이나 일반구역에 있어야 합니다.

비 오는 페어웨이는 변수가 많습니다. 비 오는 페어웨이는 그 자체로 전혀 다른 새로운 코스에의 도전입니다.

골프는 자연에 순응하는 스포츠입니다.

비가 오면 그 비의 특성을 이해하고 거스르지 않는 노력을 동반해야만 우천시에도 즐거운 플레이가 가능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