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마이클의 골프백서] 왜 코스 매니지먼트인가?

▲사진=골프한국

골프란 원래 동반자나 상대방과의 경쟁이 아니다. 엄밀히 말해 경쟁해서 이겨야 할 상대는 코스와 그 코스를 설계한 설계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누구와 어디서 공을 치든 상대에게 부담을 갖거나 압박감을 가질 필요도 이유도 없다. 스스로의 스윙과 게임에만 집중하면 그만이다. 단, 코스에 대한 적개심(?)은 놓지 말아야 한다.

코스를 설계하는 사람들은 페어웨이를 내주기보다 그린을 내주는 데 더 인색하고 그린을 내주기보다 홀을 내주는 데 더 인색한 법이다.

그래야 모든 레벨의 골퍼들이 안타까움과 즐거움을 동시에 느끼며 공을 칠 수 있다. 피트 다이(Pete Dye)라든가 톰 파지오(Tom Fazio) 등 세계적인 코스설계자들의 설계철학을 공부해 보면 좀 더 흥미로운 사실들을 알 수 있다. 코스는 너무 어려워도 너무 쉬워도 안되고 너무 인공적이거나 너무 거칠어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대개 프로들의 입장에서 보면 버디 하기는 어렵고 파하기는 쉽게 디자인된다. 그저 파에 만족하면 좋은 성적이 나오기 어렵고 언더파를 추구하면 실수에 대한 응징이 따라붙는 설계다. 그래야 언더파를 치기 위해 노력하지만 호락호락 쉽지 않은 디자인이 나오게 된다.

이걸 아마추어의 입장에서 보면 파하기는 어렵고 보기하기는 쉬운 그런 코스로 바뀐다. 그저 보기에 만족하면 그저그런 90타 골퍼가 되는 것이고 파를 추구하여 성공하면 스크래치나 소위 싱글을 이루지만 실수하면 코스의 처벌이 뒤따라 90개 치기도 쉽지 않은 코스가 되는 것이다. 그래야 모든 수준의 골퍼가 미련과 안타까움, 성취감과 행복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코스가 될 수 있다.

좋은 점수를 추구하려면 코스설계자의 의도를 잘 파악해야 한다.

왜 페어웨이를 비틀어 도그렉을 만들었는지, 왜 그린을 삼단으로 만들었는지, 왜 벙커를 하필 거기에 심었는지 등등… 아마추어 골퍼가 좋은 점수를 성취하려면 몇 가지 기본적인 생각이 있어야 한다. 간추려 보자.

1. 공을 억지로 조작해서(manipulating) 치려는 욕심을 버린다. 즉, 필드에서 공은 그냥 스윙을 해서 맞아나가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공이 안맞는다고 스윙의 방법을 즉흥적으로 바꾸거나 변칙으로 치면 안된다는 말이다. 안맞아도 평상시 연습했던 스윙으로 친다. 항상 같은 스윙으로 피니시까지…

2. 드라이버 티샷은 멀리 원하는 지점으로 보내려는 생각을 버리고 똑바로 페어웨이로 보낸다는 생각으로 쳐야만 한다. 코스를 정복하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가장 좋은 곳으로 멋진 샷을 날리는 걸 그대로 보고 있을 코스설계자도 없고 그런 샷을 받아줄 페어웨이도 없다. 세컨샷을 위한 제일 좋은 지점엔 예외 없이 함정이 있는 법이다. 최고의 티샷이 아닌, 욕심 없이 그저그런 나쁘지 않은 티샷을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3. 그린을 잡는 샷은 언제나 그린의 제일 좋은 곳으로 보내려 할 때 문제가 생기게 된다. 그린에 올라가면 좋고 그저 그린 근처로만 가도 행복한 게 아마추어 보통의(레귤레이션) 샷이다. 그린에 꼭 올려야 한다는 생각이 모든 문제의 발단이다. 욕심을 버리면 긴장도 없고 긴장하지 않으므로 힘도 들어가지 않게 된다. 그대의 머릿속에 ‘must’를 지우고 ‘may’를 생각하라.

4. 첫 퍼팅을 꼭 홀에 떨어뜨리려고 애쓰지 말아야 한다. 운 좋게 들어가면 좋지만 안 들어가도 두 번째 퍼트로 넣으면 된다고 생각해라. 그래야 쓰리퍼트를 피할 수 있다. 보기 하기 쉽게 설계된 홀에서 이 악물고 파하려다가 더블보기나 트리플보기를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파도 나오고 버디도 나온다. 그래야 점수가 좋아진다.

결론은 욕심 부리지 말고 “must”하지 말고 설렁설렁 치다 보면 보기도 하고 파도 하고 어쩌다 버디도 해서 싱글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대개 파하려고 욕심부리다 더블이나 트리플을 하게 되는데 아마추어 스코어카드의 더블은 프로의 보기에 해당하는 점수로 대개 치명적이다. 버디의 기회가 잦은 프로에겐 보기 2개를 만회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아마추어에게 더블이 2개 이상 나오면 그날 싱글은 물건너 가는 거다.

코스와 경쟁한다는 취지가 코스와 싸워서 정복하고 이기라는 말이 아니다.

그럴 수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설계자의 의도를 잘 파악하고 타협해서 내 목표를 성취하는 게 승리의 또 다른 이름이다. 파 하기 어렵고 보기 하기 쉬운 코스에서 어떻게 플레이해야 하는지 잘 연구하고 코스를 돌면 좋은 점수는 부록처럼 따라온다. 그걸 전문가들은 ‘코스매니지먼트’라는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여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