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골퍼에게 절실한 4자성어 ‘勤謹和緩’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어머니 49재를 마치고 무심코 아파트를 들어서다 발길을 멈추었다. 눈길이 현관문 맞은편 벽에 걸려 있는 액자에 꽂혔다.

‘근근화완(勤謹和緩)’이란 액자다. 수십 년 전 어머니께서 삶의 지표로 삼으라는 뜻으로 친히 붓글씨로 써주신 글이다. 49재 마지막인 7재를 마친 날 액자가 눈에 들어온 것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 4자성어의 출전이 소학(小學)임을 나중에 알았다. 성현들의 가르침을 모은 수양입문서로, 중국 송나라의 주희(朱熹:1130~1200)의 지시로 제자 유자징(劉子澄)이 편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이들의 훈육을 위한 격언과 충신·효자의 사적 등을 모은 책이다.

송나라 때 장관(張觀)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갓 임관한 세 명의 신입관리가 찾아와 관리가 갖춰야 할 자세에 대해 물었다.
장관은 “나는 관직을 맡은 후 항상 근근화완(勤謹和緩)의 네 글자를 마음에 간직하고 지켰다.”고 말했다.

“첫째는 근(勤) 즉 부지런함이요. 둘째는 근(謹)이니 모든 일에 삼가고 조심하는 것이다. 셋째는 화(和) 즉 부드러움이니 남과 화합하는 것이다. 넷째는 완(緩)이니 서두르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한 사람이 처음 세 가지는 이해하겠으나 마지막 네 번째는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장관은 “세상일의 실패는 거의 모두가 조급하게 서둘다 생기는 것임을 알라.”고 대답해주었다.

▲사진=골프한국

정작 이 4자성어의 교훈을 가슴으로 받아들인 것은 골프채를 잡고 나서임을 고백한다.
골퍼가 평생 가슴속에 새겨야 할 4자성어야말로 바로 ‘勤謹和緩’이라고 믿는다.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려면 연습을 하지 않고선 불가능한데 그러려면 부지런하지 않을 수 없다. 일상에 쫓기면서 없는 시간을 쪼개 연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로 勤이다.

구력이 늘어날수록 겸손과 조심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다. 함부로 싱글 골퍼임을 입 밖에 내기를 쑥스러워할 줄 알아야 비로소 골프를 좀 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謹의 가르침이다.

그리고 동반자, 캐디, 코스, 기상환경, 골프채 등과 대립하지 않고 친화적으로 하나가 되는 자세를 터득하지 않고선 진정한 골퍼가 될 수 없을 것이다. 和가 담고 있는 깊은 뜻이다.

무엇보다 골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상황을 맞는 태도다. 바쁘게 서두르면 호흡을 잃고, 호흡을 잃으면 리듬을 잃고, 리듬을 잃으면 집중력을 잃는다. 집중력을 잃으면 필경 스윙 리듬을 잃게 돼 있다. 골프의 미스샷은 십중팔구 서두름에서 발생한다. 緩이 4자성어의 마지막에 온 이유를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