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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勇)쓰지 마라 그러면 골프가 살아난다”

‘용 쓰다’의 사전적 의미는 물리적인 힘을 한꺼번에 몰아 쓰는 것을 뜻한다. 더 나아가 무리하게 어떤 일을 해내려고 마음과 힘을 다해 애쓰는 것을 의미한다. 어원은 용감하다는 ‘용’(勇)이다.

일상 언어생활에서 이 말을 쓸 때의 분위기는 다소 부정적이다. 무리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뤄지지 않을 때 억지로 이뤄 내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물론 무언가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가 없지 않지만 실패가 예견되는 상황이 대부분이다.

가장 용을 쓰지 말아야 할 스포츠가 있다면 바로 골프일 것이다. 좋은 샷, 멋진 샷을 날리겠다고 작심하면 할수록 미스 샷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용을 쓰면 쓸수록 골프는 망가진다. 무엇을 해내려는 의지는 긍정적이지만 골프에서 ‘용 쓰는’ 의지는 화를 부른다.

골프를 시작해 레슨프로나 고수로부터 지도를 받을 때 제대로 익히겠다고 열심히 할 때는 용을 쓰지 않는다. 용을 써야 할 목표가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는 배움과 연습이 저절로 쌓여 자신도 모르는 사이 기량이 향상되는 것을 기다리는 의지와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러나 구력이 쌓여 싱글 스코어를 경험하고 라운드 때마다 동반자들과 승부를 가리는 쟁투 습관이 붙으면서 자신도 모르게 용을 쓰는 버릇이 생긴다.

필드에서 남 보라는 듯 멋지고 힘찬 샷을 날리려고, 또는 동반 경쟁자를 반드시 꺾겠다는 쟁투심에서 용을 쓰면 결국 자멸을 초래할 뿐이다. 자신의 기량이 미치지 못하는 목표에 무리하게 매달린 결과다.

용을 쓰는 순간 일어나는 몸과 마음의 변화를 살펴보면 그 부작용을 알 수 있다. 뭔가 다짐하고 악다물고 결심하면 경쟁심과 쟁투심으로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다. 이런 마음 자세는 몸에도 영향을 미쳐 신체의 각 부위를 경직시켜 물 흐르는 듯한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샷을 만들어 낼 수 없다. 스윙에 옹이가 생기고 어떤 형태로든 몸의 중심 축이 무너지기 쉽다.

선의의 경쟁은 하되 몸과 마음이 경직되지 않도록 용을 쓰지 않는 것이 골프 고수가 되는 지름길이다.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 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