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빅 벤’(Big Ben)이 울렸다.
DP월드투어(옛 유러피언투어)와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공동 주최로 지난달 24~27일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 코리아CC(파72)에서 열린 DP월드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 연장전에서 안병훈(33)이 김주형(22)을 제치고 우승컵을 안았다. 9년 만에 울리는 빅 벤이다.
최종 라운드를 공동 선두로 시작한 김주형과 안병훈은 나란히 5언더파 67타를 쳐 최종 합계 17언더파 271타 공동 선두로 4라운드를 마치고 18번 홀(파5)에서 연장전을 치렀다. 연장전에서 안병훈이 두 번째 샷을 그린 근처로 보낸 뒤 가볍게 버디를 잡아내 파마저 놓친 김주형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우승으로 안병훈은 2015년 BMW챔피언십 우승 이후 9년 만에 DP월드투어 두 번째 우승컵을 안았다. 동시에 이번 대회가 KPGA투어 공동 주관으로 열려 2015년 신한동해오픈에 이어 KPGA투어에서도 2승을 기록하게 됐다.
안병훈은 어릴 때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왔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국적을 초월한 로맨스로 화제를 모았던 탁구 선수 안재형(59)과 자오즈민(60)을 부모로 둔 그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스포츠 DNA로 어릴 때부터 탁월한 골프 재능을 발휘했다. 중학생 때 미국으로 건너가 유명한 골프 교습가 데이비드 리드베터로부터 사사받고 17세 때 US 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 최연소로 우승한 뒤 UC버클리대학에 진학했다.
19세 때인 2011년 프로로 전향, 2012년부터 유럽 2부 리그에서 담금질을 한 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와 유러피언투어를 병행해 왔다. 프로 전향 4년 만인 2015년 KPGA투어 신한동해오픈에서 우승한 그는 같은 해 런던 인근 웬트워스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BMW PGA챔피언십에서 최저타 기록을 세우며 해외 경기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안병훈에겐 일찌감치 빅 벤이란 별명이 붙었다. 키 188㎝에 몸무게가 110㎏에 육박하는 그에게 어울렸다. 그의 영어 이름 벤자민을 따 만들어진 별명이다. 영국 런던의 국회의사당 북쪽에 있는 높이 96m 시계탑 이름도 설계자 벤자민 홀의 이름을 따 빅 벤이다.
차세대 스타감으로 지목받으며 2016년부터 PGA투어에 등장했으나 우승 없이 버티다 시드를 잃고 2022년 2부 투어인 콘페리투어에서 1승을 거둬 간신히 지난해 PGA투어 시드를 되찾았다.
아직 PGA투어 우승은 없지만 지난달 28일자(제네시스 챔피언십 성적 반영) 기준 세계랭킹 27위로, 임성재(22위) 김주형(25위) 다음으로 높다.
지금까지 PGA투어 출전 횟수는 모두 202회. 2위 다섯 번, 3위에 네 번 올랐고 톱 5에 열다섯 번, 톱 10에 스물일곱 번 들었으니 PGA투어에서도 중상위권에 자리잡고 있다. 특히 2024시즌 활약이 두드러진다. 22개 대회에 출전, 17개 대회에서 컷 통과에 성공했다. 준우승 1회, 톱 10에 5회, 톱 25에 12회나 올랐다.
PGA투어는 아니지만 세계 골프의 강자들이 출전한 DP월드투어에서 우승했으나 앞으로 PGA투어에서도 빅 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