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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턴을 알면 골프가 새로워진다

골프채가 잘 떨어질 때가 있다. 명쾌한 타구음을 남기며 허공을 나르는 볼이 그렇게 아름다워 보일 수가 없다. 손에 전해지는 느낌도 작은 새를 놓아준 듯 가볍다. 무리 없이 회전한 몸은 중심 축을 그대로 유지하며 골프 잡지에서나 볼 수 있는 이상적인 자세를 만들어 낸다. 연습장에서뿐만 아니라 라운드 중에도 유난히 골프채가 잘 떨어지는 날은 예외 없이 흡족한 스코어를 경험하곤 한다.

골프채가 잘 떨어진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클럽 헤드 무게를 느끼며 클럽 헤드가 내 손이나 팔의 힘이 아닌 그 자체의 무게로 떨어진다는 뜻이다. 클럽 헤드가 아래로 떨어지려는 중력(重力)이 온전히 작용할 때 나타난다. 일부러 클럽 헤드를 강하게 끌어내리기 위해 손이나 팔의 힘이 작용하면 클럽 헤드가 떨어지는 느낌을 맛볼 수 없다.

1666년 어느 날 정원의 사과 나무 아래에서 책을 읽던 아이작 뉴턴(1643~1727년)의 머리 위로 사과 하나가 떨어졌다. 평소 사색을 좋아하는 뉴턴은 이를 보고 “사과는 왜 아래로 떨어질까?” 궁금했다. 지구는 물론 우주의 모든 물체에 적용되는 중력의 발견은 이 작은 의문에서 시작됐다. 그는 끈질긴 연구를 통해 우주의 모든 천체와 입자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고 질량에 비례하는 힘으로 서로를 끌어당긴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쉬운 말로 중력이고 전문 용어로 ‘만유인력’(萬有引力)이다.

뉴턴의 사과는 ‘세상을 바꾼 세 개의 사과’ 중 하나로 회자된다. 나머지 두 개의 사과는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따먹었다는 사과와 스티브 잡스가 창업한 회사 애플의 로고로 쓰인 사과다.

물리학자, 수학자, 정치인, 과학자, 신학자, 마지막 르네상스인, 최후의 연금술사이자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과학자로 추앙받는 뉴턴은 그가 발견한 중력과 ‘뉴턴의 운동법칙’으로 골프와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뉴턴의 3가지 운동법칙은 중력과 함께 골프 스윙에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힘이 작용하지 않으면 정지해 있는 물체는 계속 정지해 있고 운동하는 물체는 같은 속도와 방향으로 직선 운동을 계속한다’는 제1 법칙 관성의 법칙은 골프에서도 부드러운 동작, 충분한 백스윙과 팔로우 스윙에 그대로 적용된다. 이 관성의 법칙을 무시하고 욕심이 만들어 낸 무리한 동작을 할 때 스윙은 제 궤도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이 법칙에만 충실해도 ‘하다만 스윙’을 예방할 수 있고 큰 호를 만들 수 있다.

‘물체에 작용하는 힘은 그 물체의 질량과 가속도의 제곱과 같다’는 제2 법칙 ‘힘과 가속도의 법칙’ 또한 클럽 헤드 속도와 볼 비거리의 상관관계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내가 그리는 큰 호의 끝에 위치한 헤드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더 강한 힘이 발생한다. 손과 팔로 힘을 줘 속도를 내려고 하면 오히려 브레이크 역할을 해 속도를 감속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뉴턴의 제3 법칙인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은 ‘모든 작용에는 크기가 같고 방향이 반대인 반작용이 존재한다’는 내용이다. 즉, 물체 A가 물체 B에 힘을 작용하면, 물체 B도 물체 A에 같은 크기의 힘을 반대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것인데 이 법칙을 염두에 두면 스윙할 때 몸의 축을 지켜 스웨이를 방지하는 데 효과가 있다.

이 밖에도 중력에 의해 일정한 경로를 따라 주기적으로 왕복 운동을 계속하는 진자 운동의 원리나 지구가 23.5도로 기울어져 자전함으로써 지구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도 일관된 골프 스윙에 중요한 힌트가 될 수 있다.

뉴턴과 지구의 자전까지 동원해 어렵게 골프 스윙을 설명하는 것은 골프는 클럽 헤드가 볼을 맞히는 것이지 결코 손이 맞히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하기 위함이다. 내 몸의 힘이 아닌 외부의 신비스러운 힘, 즉 우주적으로 적용되는 중력과 운동법칙, 회전력 등을 활용하는 지혜를 강조하고 싶어서다.

큰 근육들이 모여 있는 몸통의 회전력으로 스윙하라는 전문가들의 가르침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내 몸이 아닌 우주적으로 작용하는 외부의 힘을 활용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구력이 쌓여가는 데도 스윙의 미궁에서 헤매는 많은 골퍼들에게 우주적으로 작용하는 힘을 활용할 것을 권장한다.

이미지 출처=unsplash.com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 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