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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골프 수준은 다섯 사람의 ‘평균’

“나는 내가 만난 다섯 사람의 평균이다.”(I am the average of the five people I met.)

미국의 자기 계발 전문가 짐 론(1930~2009년)이 남긴 명언이다. 기업가이자 동기 부여가로 명성을 날린 그는 자기 계발 관련 책만 34권이나 저술, 현대인에게 많은 영감을 줬다. 미국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강사 중 한 명으로 전미 연설가협회의 최고영예상을 포함해 수없이 많은 상을 받았다.

그가 남긴 명언에서 ‘다섯 사람의 평균’이란 어느 정도 정의가 필요해 보인다. 그냥 주변의 다섯 사람이 아니라 만나는 빈도, 함께 보내는 시간, 만나서 나누는 대화의 폭과 심도, 함께 있을 때 공유하는 취미나 놀이, 정서적 끌림과 공감의 정도 등을 종합해 상위에 있는 다섯 사람의 평균이란 뜻이다.

나란 존재는 느닷없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부모 대까지 누적된 유전인자의 배합으로 태어난 나는 가깝게는 부모 형제와 친척들에서부터 태어난 고장의 다양한 사람과 교육 과정에서 만나는 스승과 동창 및 선후배, 군 복무 중 맺어진 인연의 사람들, 사회에 나와 사업을 하거나 직장에 다니면서 엮인 인연들의 한 접점에 내가 있다. 냉철하게 지금 나의 모습을 돌아보면 어렵지 않게 나에게 영향을 미친 사람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인도의 수많은 신 가운데 하나인 ‘인드라’에서 유래된 인드라망(網)을 떠올리게 된다. 인드라는 한자로 제석천왕(帝釋天王)으로, 불교의 세계관인 연기법(緣起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제석천왕은 신력(神力)이 특히 뛰어나 석가모니의 수행을 도운 신으로 인식되고 있다.

제석천왕의 궁전에는 무수한 유리구슬로 만들어진 크기를 알 수 없는 그물(網)이 있다고 한다. 이 그물은 한없이 넓고 그물의 이음매마다 유리구슬이 있고 이 유리구슬들은 서로가 서로를 비춰주고 비춰진다. 이 구슬들은 서로서로 무한하게 연결돼 있는데 이와 같은 그물의 모습이 바로 이 세상 모든 존재의 양식이라는 인식이다.

하나의 유리구슬은 무한한 다른 유리구슬들과 따로 떨어져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 모두와 서로 빛을 주고받으며 연결돼 있다는 인식은 바로 짐 론의 명언에 힘을 실어준다.

짐 론의 명언을 골프 분야로 좁혀보자.

나의 현재 골프 수준은 내가 자주 만나는 다섯 명의 골퍼들 평균이란 뜻이 된다. 고수를 자주 만나 지도도 받고 함께 라운드 기회를 갖게 되면 자연스럽게 나의 골프 실력이 향상될 수밖에 없다. 고수의 수준에 도달하려 노력하고 종래에는 고수마저 꺾는 단계를 경험하기도 한다. 골프 연습장에서도 고수 옆에서 고수의 스윙을 본받으려 노력하면 자신도 모르게 고수에 가까워진다. 상향 평준화 효과를 보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내기에서 재미 보는 맛으로 자신보다 기량이 못한 만만한 사람들과 자주 라운드하고 어울린다면 자신의 골프 수준도 하향 평준화를 피할 수 없다. 나에게 자극을 주고 이끌어 줄 다섯 명의 골프 친구를 만들어 보자.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 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