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골프연습장의 풍경은 규모와 시설의 차이만 있을 뿐 거의 비슷하다. 모두가 힘차게 휘두른다. 자동 볼 배급기에서 나오는 공을 기계적으로 쳐낸다. 그것도 드라이버나 우드, 롱 아이언 위주로 쉴 새 없이 쳐댄다. 짧은 어프로치나 퍼팅 연습을 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그런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는 데다 시간 제한 때문에 어프로치나 퍼팅에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구력이 꽤 되는데도 스코어 개선이 별로 없는 주말 골퍼들의 공통적인 맹점은 바로 이런 잘못된 연습 습관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기플레이어라고 자부하는 주말 골퍼들의 스코어카드를 세밀하게 따져보자.
드라이버 사용은 18홀 중 14번이다. 드라이브샷을 실수했다고 해서 바로 타수를 잃는 것은 아니다. OB나 해저드, 분실구가 아닌 한 한 타만 잃으면 된다. 비거리가 짧아도 멋진 세컨드 샷으로 만회할 수 있다.
OB만 나지 않으면 드라이브를 실수해도 타수 손실은 한 타다. 우드 샷이나 아이언 샷도 OB만 나지 않는다면 비거리 차이만 있을 뿐 기껏 한 타의 손실만 감수하면 된다.
그러나 그린 가까운 데서 해야 하는 어프로치 샷이나 그린 위에서 하는 퍼팅에서의 미스샷은 한 타 이상의 손실로 이어진다. 그린 근처까지 잘 도착하고도 어이없는 어프로치 실수로 두세 타를 잃는다. 파온에 성공하고도 퍼팅 실수로 쉽게 두세 타를 잃는 것이 다반사다.
보기플레이를 한다는 주말 골퍼의 스코어카드를 분석해 보자. 매 홀 보기플레이를 했다는 것인데 클럽별 잃은 타수를 계산해 보면 어프로치와 퍼팅에서 가장 많은 타수를 잃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매홀 2퍼트를 했다면 그것만 36타다. 스코어의 40%를 퍼팅이 차지한다는 뜻이다. 매 홀 한 번의 어프로치 실수가 나왔다면 18타를 잃는데 전체 스코어의 20%를 차지한다. 이때 퍼팅과 어프로치 샷의 비중은 60%로 높아진다. 그린 근처에서 토핑을 하거나 뒤땅을 치는 등의 나쁜 상황을 맞게 되면 그 비중은 쉽게 70%를 넘는다.
주말 골퍼의 어프로치와 퍼팅 실수로 잃는 타수 비중이 60~80%라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연습장에서 가장 소홀히 하는 것이 퍼팅과 어프로치 연습이다. 스코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놓고 보면 퍼팅과 어프로치 연습을 많이 해야 하는데도 대부분의 골퍼들은 스코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낮은 드라이버 연습에 열중한다. 매홀 처음 휘두르는 티샷에서 호쾌한 장타를 날려야 한다는 강박관념 탓이다.
진정 스코어 개선을 바란다면 보여주기 샷에서 벗어나 실리를 챙기는 연습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필자의 경우 연습의 절반 이상을 어프로치 샷에 할애한 뒤 확실한 스코어 개선을 경험하고 있다. 물론 라운드 당일 골프장에 일찍 도착해 연습장에서 할 수 없는 퍼팅 연습을 보충해야 함은 당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