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15세기 스코틀랜드의 양치기들이 막대기로 돌을 치며 즐기던 놀이에서 시작됐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에는 정해진 규칙이나 장비가 없었지만, 자연 속에서 단순한 즐거움을 찾으려는 사람들 열정이 이어져 오늘날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여가 활동이자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현대의 골프는 단순히 클럽으로 공을 치는 스포츠가 아니라 홀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 멘탈, 다양한 샷 기술, 상황인지 능력, 집중력과 창의성, 힘과 근력, 지구력 등 다양한 인간 능력이 조화를 이뤄야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복합적인 게임이며, 그 어떤 스포츠보다 배움이 까다로운 운동이 됐다.
따라서 “골프는 평생 도전”이라는 말처럼 완벽함을 추구하기보다는 꾸준히 나아지는 과정을 즐길 수 있어야 진정한 골프의 행복을 알 수 있다. 세계 랭킹 1위 선수들이라고 해서 그들의 골프가 완벽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보다 좋은 스코어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연습하는 과정을 즐길 수 있는 마음가짐이 골프와 행복한 동행을 할 수 있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골프의 즐거움을 배가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되는 한 가지는 아마추어가 자주 범하는 실수의 유형을 이해하고 멘탈을 관리하는 것이다.
그 중 하나는 자신의 비거리나 실력을 훨씬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다. 주말 골퍼들의 이러한 생각은 라운드에서 그린에 도달하지 못하는 짧은 샷을 많이 만든다. 물론 숙련되지 않은 볼 컨택 문제도 있겠지만, 과거 좋은 컨택이 만든 비거리 기억을 중심으로 클럽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보기플레이어를 기준으로 한 라운드에서 드라이버 샷을 제외하고 32번 정도의 샷을 한다고 하면, 이 중 좋은 샷 컨택을 만들 확률이 50%를 넘지 않기 때문에 홀 공략에서 보다 넉넉한 클럽을 선택하는 것이 즐거운 라운드를 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모처럼의 라운드에 대한 기대와 즐거운 감정을 망가트리는 또 하나의 경우는 지나친 경쟁 의식과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려는 욕구다.
아직도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골프 최악의 추억 하나가 있다. 골프를 시작해 나름 자신감이 붙어 신바람 났던 시절, 여태껏 만나보지 못한 최악의 스코어를 기록한 것이다. 그 즈음 내가 기록했던 스코어를 생각하면, 그날의 결과는 참담하고 부끄럽기까지 했었다.
그날의 골프를 돌이켜 보면, 롱기스트가 걸린 첫 파5 홀에서 나의 골프가 망가지기 시작했었다. 처음 함께 라운드 하게 된 새로운 동반자 한 명이 드라이버 샷을 나보다 훨씬 멀리 친 것이다. 이에 나머지 동반자들이 찬사를 보내며 환호하기 시작했다. 이 새로운 장타자가 나타나기 전까지 이 찬사는 나의 몫이었는데 말이다.
자존심이 상한 나의 멘탈은 골프 경기가 아닌 드라이버 멀리 치기 경기를 하게 만들었고, 매 홀 드라이버 비거리에 집착한 나의 욕심은 라운드를 마치기까지 6개 OB를 기록하는데 일조했다.
지나친 경쟁 의식과 뭔가 보여주려는 골프는 정상적인 샷을 하기 어렵게 만든다.
골프는 자신감이 매우 큰 원동력이 되지만 자만심은 골프를 망치는 원인이 된다. 동반자에게 뭔가를 보여 주려 하는 순간 천길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자신감은 충분한 연습과 자신의 수준을 인지하는 것에서 생긴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묵묵히 자신의 놀이를 놀아야 한다.
오래 전 미국 한 골프장에서 신체 건장한 50대 백인 부부와 조인해 라운드를 하게 된 때가 있었다. 남자는 겨우 보기플레이어 수준에 여자는 타수를 카운트하기 어려운 수준이어서 내심 이들과 조인한 것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건장한 백인 남자는 커다란 시가를 하나 물고 샷을 할 때는 티 옆에 내려놓았다가 샷을 마치면 다시 입에 물곤 했다. 이러한 그의 태도 또한 거슬리게 느껴졌다. 하지만 홀을 거듭하며 나의 생각은 바뀌기 시작했다.
공을 잘 치지 못해도 그들의 라운드는 여유가 있었고, 유쾌하게 웃으며 골프가 주는 환경을 진심으로 즐겁게 여기며 행복해 한다는 것에 마음이 끌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라운드 후반에 남자가 처음 파를 기록하고 두 부부는 뛸 듯이 기뻐하며 좋아했다. 대부분 샷이 엉망이더라도 어쩌다 온그린 된 샷 하나만으로도 두 부부는 충분히 행복했다.
그 부부와 함께 라운드를 지속하며, 티 샷을 하기 위해 시가를 주변의 조그만 돌 뿌리에 살포시 올리는 동반자 행동이 멋있어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유쾌함 속에 동화돼 함께 라운드 했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내 마음이 따뜻해진다.
많은 골퍼들이 매번 라운드를 기대하는 이유는 단지 스코어만이 목적은 아닐 것이다. 좋은 사람들과 자연에서 함께하는 즐거움을 느끼며 현실의 삶에서 벗어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증진하는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라운드를 할 수 있는 환경과 시간, 함께할 수 있는 동반자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골프를 더 행복하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행복한 골프와 오랜 동행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기를 잘 배우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슬럼프를 극복하는데 있어서도 기본기는 매우 중요하다. 골프에서 슬럼프는 누구에게나 온다. 아무리 최고의 선수라 해도 슬럼프는 있기 마련이다. 주말 골퍼들 사이에 생기는 슬럼프의 큰 원인 중 하나는 오랫동안 제자리인 스코어나 점점 엉망이 돼 가는 샷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골프가 어려운 만큼 성급한 마음보다 틈틈이 올바르게 배우고 기본기를 다져 라운드를 할 수 있어야 골프와 더불어 행복한 동행을 지속하게 될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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