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락을 함께한다는 의미의 ‘동고동락’(同苦同樂)은 즐거울 때나 괴로울 때나 서로 의지하며 지내온 관계를 표현할 때 자주 쓴다.
그러나 이 사자성어의 진짜 깊은 뜻은 고락이 함께 붙어 있다는 데 있다. 고락 자체가 하나의 단어로 정착된 것도 고와 낙이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떨어져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즐거움과 고통을 함께 나눈다는 인간관계를 논하기 전 고와 낙은 분리될 수 없는 속성을 타고났다. 쉽게 말해 고 속에 낙이 있고 낙 속에 고가 있다.
생과 사를 따로 떼어내 생각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이 세상에 태어나 일정 기간 살아간다는 것이 생이라면 생은 곧 죽음의 과정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태어나자마자 우리는 죽어간다. 갓난아이도 죽어가고 청년도 죽어가고 노인도 죽어간다. 죽어가는 과정이 우리의 삶이다.
붓다는 삶 자체를 고해(苦海)라고 했다. 왕자 시절 쾌락과 즐거움 뒤에는 반드시 고통이 뒤따름을 깨닫고 고를 극복하기 위해 궁의 담을 넘었다.
골프에서도 고락은 늘 공존한다. 영국 수상을 지낸 아더 밸푸어(1848~1930)는 “인간의 지혜로 만들어 낸 놀이 중에 골프만큼 건강과 보양, 상쾌함과 흥분, 그리고 지칠 줄 모르는 즐거움을 주는 것도 없다”고 상찬했지만 골프의 밀림 속을 헤매다 보면 골프야말로 ‘고락의 스포츠’임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도구인 골프채부터 골프 기술, 골프 코스, 동반자, 캐디,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창출해 낸 라운드 자체가 고락의 덩어리다. 지상의 놀이 중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중독성 강한 즐거움을 주지만 쓰라린 고통을 피할 수 없다. 아주 가끔 기막힌 라운드로 날아갈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이기도 하지만 이는 잠시뿐 곧 바닥을 알 수 없는 추락을 맞아야 하는 게 골프다.
“골프는 결코 끝나지 않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것은 다듬어진 자연에서 외롭게 헤매는 것이다. 골프는 혼자서 하는 것이다. 골프는 생각할 시간이 너무 많고 또 생각해야 할 것도 너무 많다. 골프는 인생 자체보다 더 인생 같은 것이다”라는 명언을 남긴 미국의 경영컨설턴트 데이비드 누난의 대오(大悟)에 머리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골프가 인생의 축도인데 어찌 고락이 함께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