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타산지석이 바로 옆에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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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 프로메테우스가 사람을 만들면서 자루 두 개를 어깨에 매달도록 했다. 자루 하나에는 타인의 결점을 넣어 사람의 앞쪽에 걸었고, 다른 하나에는 자신의 결점을 넣어 뒤쪽에 매달았다. 그 결과 사람들은 남들의 결점이 든 자루는 잘 보지만, 자신의 결점이 든 자루는 보지 못하게 되었다.’ (이솝우화 중에서)

골퍼들은 대부분 나름대로 골프파트너를 분류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함께 라운드하기 편한 파트너와 거북한 파트너를 가린다. 여기엔 많은 조건들이 영향을 미치겠지만 크게 두 가지 기준으로 나눌 수 있다. 장점을 기준으로 삼느냐 단점을 기준으로 삼느냐다.

장점을 기준으로 삼는 골퍼는 상대방으로부터 무엇인가 배울 게 있으면 파트너로 삼는 것을 개의치 않는다. 이런 골퍼는 상대방에게 많은 단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단점은 제쳐두고 장점만을 찾아낸다. 대개 성공적인 골퍼일 경우가 많다.

단점을 기준으로 삼는 골퍼는 자신의 취향에 맞지 않으면 기량과 관계없이 파트너 되기를 피한다. 이런 골퍼는 상대방이 많은 장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찾아낼 생각은 않고 사소한 단점을 찾아내 함께 라운드하기를 꺼린다. 이 경우 상대방으로부터 배울 기회를 놓쳐 기량 향상이 더디고 재미도 덜 할 수밖에 없다.

이솝우화에서 보듯 인간이란 원래 자신의 결점보다는 남의 결점을 먼저 보게 돼 있다. 특히 자신과의 외로운 싸움을 벌여야 하는 골프장에서는 남의 사소한 결점이 확대되어 신경을 거스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골프장에서야말로 남의 장점 찾기를 게을리하면 안 된다. 모든 파트너로부터 무엇인가 배우겠다는 자세로 임해야 겸손한 골프를 할 수 있고, 경쟁심에서 벗어나 평상심의 골프를 할 수 있다. 기량이나 매너에서 자신보다 못한 골프라도 무엇인가 내게 없는 장점은 갖고 있다. 최악의 경우 ‘나는 저런 결점 투성이의 골퍼는 되지 말아야겠다.’는 교훈은 얻을 수 있다.

실제로 동네연습장에서 조금만 주변을 둘러보고 연습을 해도 엄청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많은 장점을 고루 갖춘 프로선수나 고수가 아니더라도 어느 한 가지는 제대로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중심축을 철저하게 지키는 사람. 풀 스윙을 하려고 부단히 애쓰는 사람. 헤드업만은 하지 않겠다는 사람, 어떻게 하면 헤드 스피드를 빠르게 할 수 있는가에 골몰하는 사람, 공을 때리지 않고 클럽의 회전 동작에 집중하는 사람 등등.

주위에서 연습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저 사람들의 장점만을 제대로 모으면 골프를 완성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러나 거의 대부분 연습장에 와서는 주변을 둘러보지 않고 해오던 대로 타성적으로 기계적으로 공을 쳐내는 데만 열중한다. 타산지석(他山之石)이 주변에 늘려 있는데 활용할 줄 모르는 것이다.

타산지석은 시경(詩經)의 소아(小雅)편에 나오는 ‘다른 산의 돌도 옥을 가는 데 사용할 수 있다(他山之石, 可以攻玉)’라는 표현에서 유래한 말이다. 못난 돌도 나름대로 쓸모가 있듯 남의 말이나 행동이 자신의 인격을 수양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나는 지금 귀한 타산지석을 놓치고 있지 않은가.